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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웰컴 삼척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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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은 댓글 23건 조회 217회 작성일 25-09-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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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뭐든지 못했던 삼척 다린이 지은입니다. 
뒤늦은 후기 남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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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바다, 다시 시작한 다이빙

다린이에 들어온 지 1년 하고도 3개월.
세부에서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를 딴 뒤 꼬박 1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바다로 향했다. 이름도 절묘한 ‘또다시 웰컴투어’.

설렘 반, 두려움 반. 기억나는 게 있을까? 로그북은 또 어디 두었을까?
처음 보는 사람들 속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스스로 다짐했다.
인사를 잘해야지. 인사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네비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주변 차량은 사라지고, 고요한 바닷가에 작은 건물 하나.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아, 여기가 다린이구나.’

 

열 번째 다이빙, 밤바다

동해에서 재개한 열 번째 다이빙은 밤바다였다.
“손을 들고, 몸을 세워서, 바람을 쭉 빼며 천천히 내려가세요.”
까진 기억났는데, 아뿔싸. 마스크로 물이 자꾸만 새어 들어왔다.

마스크에 차오르는 물을 밀어내느라 흥흥흥 코가 바쁘다. 내쉴 숨이 있는 걸 보니 호흡기로 숨을 마시고는 있나보다. 

숨 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내 몸이 어떤 꼴인지조차 감각할 틈이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듯 빼곡한 공간 속에, 사람은 더 많게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뭐라도 보겠다며 손전등을 비추던 순간,
‘이건 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못 먹을까?’를 분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버디 용환님 덕분에 어리바리하면서도 무사히 뭍으로 살아나올 수 있었다.
 

낮바다, 다시 용기 내기

다음 날 아침(어쩌면 새벽).
버디님은 마스크를 다른 걸로 교체 해 주셨고, 장갑조차 없던 나를 위해 버디님은 수소문 끝에 장갑까지 마련해주셨다.
“이젠 좀 더 익숙해졌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엔 내려가지질 않았다.

이퀄도 자신 없고, 호흡은 부자연스럽고, 마스크를 바꿔도 물은 계속 들어왔다. 망했다 싶었다. 
그때 버디님이 말했다.
“힘들면 쉬세요. 편하게 생각해요.”

그 말 덕분에 용기 내어 다시 진입.
여전히 입으로 마시고 코로 내뱉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밤보다 시야가 트이자 한결 자유로웠다.
밤과는 다른 포인트였지만, 어젯밤 봤던 해조류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제법 깊이 내려가자 손끝과 발끝으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아, 여기가 동해구나’ 싶게 했다.

 

신세계, 얼굴에 ‘뽝’ 맞는 마스크

세 번째 다이빙에서는 드디어 전환점이 찾아왔다.
내 물첨벙 흥흥 모드가 불쌍했는지, 버디님은 또 수소문을 시작하셨고,
놀랍게도 부대빵 지희님께서 여분의 마스크를 빌려주셨다.

그리고 신세계가 열렸다. 얼굴에 ‘뽝’ 맞는 그 느낌.
세부에서 처음 다이빙할 때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입으로만 숨 쉬고 내쉴 수 있고, 코 뒤로 스멀스멀 넘어가던 짠물이 사라졌다.
입 안이 건조해지는 그 익숙한 감각. ‘이제 제대로구나’ 확신이 들었다.

불편함이 사라지니 주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버디님의 손짓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었고, 파란 수면 아래 퍼지는 빛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성게를 쪼개 물고기 밥을 만들어 보여주시는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신기했다.
어느새 긴장은 풀리고, 숨 쉬는 생명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뭍으로 올라오자 버디님이 건네는 칭찬. 드디어 ‘덜 민폐녀’가 된 것이다.

 

마지막 다이빙, 마음의 여유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다이빙.
그 사이 떡볶이도 먹고, 순대도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혼자 후드도 쓸 수 있을 만큼 힘도 붙었다.

내 몸이 어느 순간 물결에 더 편하게 맡겨지는 게 느껴졌다.
재밌다. 이제 점점 더 재밌다.

이제 겨우 13로그. 다린이가 뭘 알겠냐마는,
다이빙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찾아와 매 순간 특별하다.
이번 바다는 다시 시작하는 용기와 설렘을 안겨주었다.
1년 만의 다이빙, 잊고 있던 ‘나의 호흡’을 다시 찾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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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에 대한 환대

다린이는 환대에 강한 팀이었다.
낯선 내게 “니가 지은이냐” 하고 말을 건네주시고,
이틀간 버디가 되어주겠다며 안심시켜주신 B조 대장 용환님(지금까지는 용왕 같은 존재),
마스크를 선뜻 빌려주신 지희님, 
버벅이는 나를 다정하게 챙겨주신 우리님, 
참으로 유용한 물품을 선물해주신 영음님,   
뭍으로 올라올 때마다 안부를 챙겨주신 같은 팀원들,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어 마흔명 가까운 이들을 먹여 살리신 조리장님들..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환대 덕분에
‘다음 다이빙을 또 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아침 해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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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절 다이빙. 도전합니다.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들은 
제게 스몰 싸이즈 마스크, 후드, 장갑 추천해주세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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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폭주사이다님의 댓글

폭주사이다 작성일

너무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안된 초보이지만, 처음 물속에 들어가던 공포와 설레임... 지은님 글 읽으면서 다시 생각이나네요...
지금도 컴퓨터로 다이빙 서칭하고 다린이톡방에서 대화나누고...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습니다.
우리 모두 생명호흡기 차기 전까지는 다이빙호흡기로 같이 항상 안따 즐따 해보자구요~~

꼬따오병아리님의 댓글의 댓글

꼬따오병아리 작성일

명철님 포인트 채굴하러다니시는듯 ㅋㅋ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게시물에서도 따뜻한 환대가 느껴지게 하는 다린이... 감사합니다. 
다이빙호흡기 자주 찰 수 있도록 돈 많이 벌어야겠어요!

나도구해줘님의 댓글

나도구해줘 작성일

삼척에서 제대로 인사 드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ㅎㅎ
저도 다린이지만 느끼는건 다 비슷한가봅니다 ㅎㅎ

다린이지만 조심스럽게 추천 드리자면

마스크는 이게 얼굴형 마다 워낙 차이가 크다보니
우선 마지막으로 쓰셨던 제품이 딱 좋으셨다고 하니
그 마스크 기준으로
색상만 마음에 드시는걸로 해보시는게
어떠실까 추천드려봅니다.
(저는 베이더 쓰고 있습니다 1안식)

후드는 워낙 다양해보여요.
디자인도 다르고 저는 스쿠버프로 쓰고 있고지만
가격은 비싸지만 예뻐보이는 포스부터..
인터넷(유튜브) 등 착용 샷 많이 보시고
마음에 드는걸로 선택하시고
머리 둘레 측정하셔서 사이즈 선택 하심이 맞지 않나 생각이듭니다.
 네오프렌이 슈트 기준으로 늘어나는게 좀 있는 듯 해서
측정 사이즈 기준 큰게 편하겠지?(오버핏) 말고
딱 맞는 사이즈 기준으로 하는게 좋겠다는게
제 생각 입니다!

장갑도 손목 등 둘레 고려하셔서 고르시고
장갑이 가장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마레스 등 가성비 제품도 좋아보이고
다만 , 다른 제품도 마음에 드는데
배송비 등 묶음배송으로 배송도 가능하다면
마음에 드시는 제품으로 선택하심이 좋아보입니다!
(저는 알리 쓰고 있네요 ㅎ 3mm)

정리하자면 후드 ,장갑은 치수 기준 마음에 드시는 스타일

마스크는 얼굴형에 딱 맞는 제품을 착용해보셨으니
동일한 제품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친절하고 긴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하나하나 살피면서 저에게 딱 맞는 것들 갖추어 가겠습니다. 고마워요!

꼬따오병아리님의 댓글

꼬따오병아리 작성일

저도 얼굴에 맞는 마스크 찾으셨으니 지은님이좋아하는 컬러로 고르기만 하면 되지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자 하신다하면 진짜 마스크가 1순위인듯해요~ 후드랑 장갑은 머리와 손이 특별히 크지않은이상 가장작은 사이즈의 마음에 드는거로 구매하시면 되지않을까요? 아무쪼록 명절에는 모든탱크가 즐거우시길 바라겠습니다.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모든 탱크가 즐겁기 위해 마스크를 당장 질러야겠어요.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

reena08님의 댓글

reena08 작성일

어머머..♡♡♡
이 고퀄리티 후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직업이 작가님???마스크가 딱 맘에드는걸 찾기가 은근어려워요
젤 좋은건 이거저거 써보고 사는거라 스포엑스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론  아폴로가 이쁜것같습니다^^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옴머머머머 이 고퀄 칭찬은 또 무엇인가요!!! 
장래희망 작가님으로 수정하겠습니다. ㅎㅎㅎㅎ
스포엑스, 아폴로 메모!  추천 감사드려요!

방장님의 댓글

방장 작성일

후기를 읽는 내내 한편의 책을 보는 듯 했습니다^^
첫 펀다이빙을 다린이팀에서 해주셔서 감사하고, 그 다이빙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서 또 감사합니다.
명절 투어 때 또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시자구요~!!! ㅎㅎㅎ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따뜻하게 맞아주신 방장님 덕분에 더더더 즐겁고 안전하게 지내다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린이 팀에 도움되는 멤버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백곰님의 댓글

백곰 작성일

후기 재밌어요~
작년에 제모습과 비슷합니다~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저도 언젠간 저를 돌아보며 저런 때도 있었지. 하고 추억하는 날이 오겠죠 ? ㅎㅎ

붕하님의 댓글

붕하 작성일

늘 시작에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거
같습니다^^
저희팀에서 설레임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다이빙을 하셨으면 좋겠고 용기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즐거움과 기쁨이 넘치는 다이빙이  될 때까지 해 보겠습니다.
반가이 맞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웻입는북극곰님의 댓글

웻입는북극곰 작성일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식당에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제가 레스큐 교육 때 의식 잃은 다이버 역활 하다 바지가 벗겨저 헐레벌떡 의식 되찾은 다이버로 돌아왔다는 얘기 했더니 크게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 납니다 ㅎㅎㅎ 저도 잘 부탁 드리고 앞으로도 다린이분들과 다 같이 같이 안따 즐따 하시죠^^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어쩜 의식이 돌아오면 구조단은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다음엔 더 재미난 얘기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

wasabi님의 댓글

wasabi 작성일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더 써주세요!!!!! ㅎㅎㅎㅎ
다들 어떤 장비가 제1순위냐 많이들 질문하시는데요, 저는 마스크가 1순위였어요.
물 속에서 물 빼고 시야 안보이면 가뜩이나 호흡도 부력도 불안한데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이~쁜색 마스크 구매 성공하시길 빕니다요 ㅎㅎㅎ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글 더 쓰려면 다이빙을 또 해야겠군요! ㅎㅎㅎ
마스크 폭풍 검색 중입니다. 구매 성공하고 자랑할게요!

방장님의 댓글

방장 작성일

지은님에게는 아폴로 마스크를 추천드립니다. 얼굴 작은 분들께 딱이예요!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저 아폴로 A타입 샀습니다 ! 유후 ~~~  제일 쪼꼬미로 매장에서 얼굴에 붙여보니 딱 달라붙길래 주세요. 하고 샀어요 🤭 사는 김에 장갑도 사고 후드도 후훗

돌쇠19님의 댓글

돌쇠19 작성일

이제 막 첫 팀투어를 앞두고 있는 저에게 힘이 되는 후기 감사합니다. ^^.

지은님의 댓글의 댓글

지은 작성일

비루한 후기가 도움이 되셨다니, 어깨가 승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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