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웰컴 삼척 후기
안녕하세요.
뭐든지 못했던 삼척 다린이 지은입니다.
뒤늦은 후기 남겨볼게요.
9월의 첫 바다, 다시 시작한 다이빙
다린이에 들어온 지 1년 하고도 3개월.
세부에서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를 딴 뒤 꼬박 1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바다로 향했다. 이름도 절묘한 ‘또다시 웰컴투어’.
설렘 반, 두려움 반. 기억나는 게 있을까? 로그북은 또 어디 두었을까?
처음 보는 사람들 속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스스로 다짐했다.
“인사를 잘해야지. 인사만 잘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네비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주변 차량은 사라지고, 고요한 바닷가에 작은 건물 하나.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아, 여기가 다린이구나.’
열 번째 다이빙, 밤바다
동해에서 재개한 열 번째 다이빙은 밤바다였다.
“손을 들고, 몸을 세워서, 바람을 쭉 빼며 천천히 내려가세요.”
까진 기억났는데, 아뿔싸. 마스크로 물이 자꾸만 새어 들어왔다.
마스크에 차오르는 물을 밀어내느라 흥흥흥 코가 바쁘다. 내쉴 숨이 있는 걸 보니 호흡기로 숨을 마시고는 있나보다.
숨 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내 몸이 어떤 꼴인지조차 감각할 틈이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듯 빼곡한 공간 속에, 사람은 더 많게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뭐라도 보겠다며 손전등을 비추던 순간,
‘이건 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못 먹을까?’를 분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버디 용환님 덕분에 어리바리하면서도 무사히 뭍으로 살아나올 수 있었다.
낮바다, 다시 용기 내기
다음 날 아침(어쩌면 새벽).
버디님은 마스크를 다른 걸로 교체 해 주셨고, 장갑조차 없던 나를 위해 버디님은 수소문 끝에 장갑까지 마련해주셨다.
“이젠 좀 더 익숙해졌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엔 내려가지질 않았다.
이퀄도 자신 없고, 호흡은 부자연스럽고, 마스크를 바꿔도 물은 계속 들어왔다. 망했다 싶었다.
그때 버디님이 말했다.
“힘들면 쉬세요. 편하게 생각해요.”
그 말 덕분에 용기 내어 다시 진입.
여전히 입으로 마시고 코로 내뱉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밤보다 시야가 트이자 한결 자유로웠다.
밤과는 다른 포인트였지만, 어젯밤 봤던 해조류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제법 깊이 내려가자 손끝과 발끝으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아, 여기가 동해구나’ 싶게 했다.
신세계, 얼굴에 ‘뽝’ 맞는 마스크
세 번째 다이빙에서는 드디어 전환점이 찾아왔다.
내 물첨벙 흥흥 모드가 불쌍했는지, 버디님은 또 수소문을 시작하셨고,
놀랍게도 부대빵 지희님께서 여분의 마스크를 빌려주셨다.
그리고 신세계가 열렸다. 얼굴에 ‘뽝’ 맞는 그 느낌.
세부에서 처음 다이빙할 때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입으로만 숨 쉬고 내쉴 수 있고, 코 뒤로 스멀스멀 넘어가던 짠물이 사라졌다.
입 안이 건조해지는 그 익숙한 감각. ‘이제 제대로구나’ 확신이 들었다.
불편함이 사라지니 주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버디님의 손짓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었고, 파란 수면 아래 퍼지는 빛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성게를 쪼개 물고기 밥을 만들어 보여주시는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신기했다.
어느새 긴장은 풀리고, 숨 쉬는 생명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뭍으로 올라오자 버디님이 건네는 칭찬. 드디어 ‘덜 민폐녀’가 된 것이다.
마지막 다이빙, 마음의 여유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다이빙.
그 사이 떡볶이도 먹고, 순대도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혼자 후드도 쓸 수 있을 만큼 힘도 붙었다.
내 몸이 어느 순간 물결에 더 편하게 맡겨지는 게 느껴졌다.
재밌다. 이제 점점 더 재밌다.
이제 겨우 13로그. 다린이가 뭘 알겠냐마는,
다이빙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찾아와 매 순간 특별하다.
이번 바다는 다시 시작하는 용기와 설렘을 안겨주었다.
1년 만의 다이빙, 잊고 있던 ‘나의 호흡’을 다시 찾은 시간이었다.
낯선 사람에 대한 환대
다린이는 환대에 강한 팀이었다.
낯선 내게 “니가 지은이냐” 하고 말을 건네주시고,
이틀간 버디가 되어주겠다며 안심시켜주신 B조 대장 용환님(지금까지는 용왕 같은 존재),
마스크를 선뜻 빌려주신 지희님,
버벅이는 나를 다정하게 챙겨주신 우리님,
참으로 유용한 물품을 선물해주신 영음님,
뭍으로 올라올 때마다 안부를 챙겨주신 같은 팀원들,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어 마흔명 가까운 이들을 먹여 살리신 조리장님들..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환대 덕분에
‘다음 다이빙을 또 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아침 해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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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절 다이빙. 도전합니다.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들은
제게 스몰 싸이즈 마스크, 후드, 장갑 추천해주세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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